
한마음한몸소식
[평화신문]하늘나라 가신 어머니 뜻따라 하늘에 보화를 쌓다 박진구·연실 남매, 어머니 홍순희씨 유산 2억 원 바보의나눔·한마음한몸 등에 기부
관리자 | 2020-08-17 | 조회 502
절약하며 봉사하셨던 어머니
남매는 자라면서 어머니가 허투루 돈을 쓴 일을 본 적이 없다. 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 있었다. 게다가 집과 성당밖에 모르는 어머니였다. 매일 성당에 가서 미사를 봉헌했고, 성체조배실에선 가장 늦게 나오는 분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2년 넘게 암 투병을 하다 올해 3월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생전 어려운 이웃의 사연에 가슴 아파했고, 교회의 복지 기관 활동을 틈틈이 후원했다. 남매는 어머니 유산을 정리하면서 어머니가 남긴 2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아니까 어머니께서 남긴 돈을 저희가 막 쓸 수 없겠더라고요. 또 어머니께서 종종 기부의 뜻을 비치셨거든요. 어머니 뜻을 따라야지요.”
고 홍순희(루피나, 향년 67세)씨의 자녀 박진구(임마누엘, 40)ㆍ연실(소피아, 38)씨 남매는 7월 31일 서울 명동을 찾았다. 남매는 (재)바보의나눔,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 한국지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나눔자리를 차례로 들렀다. (재)바보의나눔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각 5000만 원씩, ACN 한국지부에는 1억 원을 기부했다.
박진구씨는 “요즘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렇게 돈을 불려야 하나라는 생각이 없진 않았다”면서 “하지만 어머니 뜻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동생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했다.
박연실씨는 “어머니께선 재산을 쌓아 놓고 남을 위해 쓰지 않으면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낙엽과 같은 것이라 하셨다”면서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는 일이 더 의미 있는 일임을 깨우쳐 주셨다”고 덧붙였다.
(재)바보의나눔 사무총장 우창원 신부는 “우리나라에서 유산을 기부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남매가 어머니 뜻에 따라 나눔을 이어가 감사하다”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중하게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산 기부 문화 확산되길
ACN 한국지부장 박기석 신부는 좋은 뜻을 남기고 떠난 남매의 어머니를 위해 이날 ACN 사무실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남매는 “어머니가 하늘에서 무척 기뻐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ACN 한국지부는 1억 원을 시리아 교회 돕기 사업에 쓰기로 했다. 박기석 신부는 “ACN 한국지부 설립 이후 유산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남매의 유산 기부가 좋은 문화로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 1898광장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나눔자리에서 본부장 김정환 신부를 만난 남매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통장 정리를 하면서 당신이 2009년부터 매달 3000원씩 본부에 기증한 걸 알게 됐다”며 “그 유지를 따라 앞으로도 어려운 이를 위한 나눔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연실씨는 “2012년 맏딸의 5살 생일을 맞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생애 첫 기부를 한 적이 있다”며 “아이가 참 기뻐하더니 그때부터 기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를 이은 나눔 정신에 김정환 신부는 “어머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나눔을 통해 그 안에 어머님이 살아계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매에게 본부 이사장 유경촌 주교 명의의 감사패를 전달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기부금을 지구촌 빈곤 퇴치, 국내 환자 치료비 지원, 자살예방활동 등 전체 6개 사업에 골고루 쓸 예정이다.
박수정ㆍ이정훈ㆍ이학주 기자